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품격과 리더십

임산 2012. 12. 12. 08:53

이제 중3이 되는 큰 딸 유니스는 선거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. 이번 대선의 선거홍보자료도 투표권도 없는 주제에 부모보다 먼저 꼼꼼이 읽었다. 

큰 딸에게는 선거와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다. 초딩 2학년 때 반장선거에 나가서 한 표도 받지 못한 것. 12월 생이라 또래에 비해 어리버리했던 유니스는 그래도 활짝 웃는 얼굴로 집으로 돌아와 한 표도 받지 못했다고 당당히? 이야기한다. 사랑스런 어린 딸의 무모한 도전 ! 

"선거운동 안했니?" 질문 앞에 무너지는 큰 딸. 찍어주기로 한 친구가 있었는데 한 표도 받지 못한 유니스는 이내 감추었던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. 선거에 떨어진 실망감보다 인간에 대한 배신감을 처음 맛본 어린 딸의 눈물 앞에 마음 한 켠이 아련했다.

그런 유니스가 얼마전 총학생회 선거에 나갔다. 요즘 아이들 답게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선거. 어느새 선거의 여왕으로 거듭난(?) 큰 딸은 우선 전교생 가운데 카카오스토리를 하는 모든 친구들에게 '부회장'으로 출마할 의사를 전하고 회장 후보가 되어줄 런닝메이트를 공개적으로 구인했다. 그야말로 마케팅 3.0의 Engagement를 통해 후보 선정까지 친구들을 참여시키는 참여의 선거? ㅎ

지원자 중 1학년, 2학년 내내 반장을 한 친구와 출마하기로 결정. 선거 POP(아래 첨부한 사진)를 만드느라 하룻밤 고생한 엄마의 도움이 있었지만 유니스는 전교생이 참석한 가운데 치루어진 총학생회 체육관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의 득표로 당선했다. 우리 딸 장하다 ~ ^^

기뻐하는 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 후 드러커 선생이 말한 리더십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주자 딸의 얼굴에 근심이 가득하다. 

일, 책임 그리고 신뢰 (Integrity)...     
by 임산



일 (work) : 우선 공약한 것을 목표 작업을 통해 SMART한 목표로 만들고 내년 취임식 전에 전교생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공유할 것. 그래야 리더십 !

책임(responsibility) : 자리나 권력이 리더십이 아니고 1년간 목표와 역할에 대해 책임지고 수행해야 리더임. 무슨 일이 있어도 중도에 사퇴하면 리더가 아니라는 점 명심 !

신뢰 (integrity) : 드러커 선생이 말한 마지막 키워드의 깊은 의미는 언.행.일.치. 입이 아니라 발로 보여줄 것. 당선은 당선일 뿐 리더십이 아님 !

중딩의 선거나 대선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. 여러 공약들이 오가지만 우리 모두에게 내성이 생겼다. 뿌리깊은 불신의 내성. 대통령이든 총학생회장이든 선거에 당선된 모든 이가 일, 책임, 신뢰를 다하는 세상이 되길 기대해 본다.



2012년 12월 12